날이 추워지자 마을 뒷산에는 올라오는 사람도 없고 동물 친구들도 겨울잠에 들어갔어요. 그래도 토끼와 다람쥐는 뛰어 다녔고 차가운 바람은 잠시 놀다 가곤 했어요. 그리고 뒷산에는 태어난 지 일 년도 채 안 된 쌍둥이 소나무 형제가 다른 나무들과는 다르게 푸르게 자라고 있었어요. 쌍둥이 소나무 형제는 추위를 견디면서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며 오손도손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동생 소나무: 형! 정말 겨울은 춥고 심심하네. 아직 겨울이 많이 남았는데 우리가 잘 견딜 수 있을까?
올 봄에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겨울이라, 쌍둥이 소나무 형제는 덜컥 겁이 났어요. 하지만 형 소나무는 동생 소나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힘주어 말했답니다.
형 소나무: 괜찮아! 우린 잘 견뎌내고 아빠 엄마 나무처럼 우리도 훌륭하게 자라 큰 재목이 될 수 있을 거야!
동생 소나무: 형! 갑자기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동생 소나무의 눈엔 눈물이 고였어요.
형 소나무: 울지 마! 울면 엄마 아빠가 실망할 거야. 아빠가 뭐라고 했어?
쌍둥이 소나무 형제의 부모님은 지난 늦가을에 서울로 가게 되었어요. 여러 나라에서 아름다운 나무들이 모이는 큰 행사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선정되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에게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나무들 중에서 선정이 되어서 나라를 빛내려고 뽑혀 갔답니다.
형 소나무: 아빠가 말했지. ‘너희들이 훌륭한 소나무가 되기 위해선 알아야 될 것들이 많이 있단다. 너희들은 따뜻한 봄, 한없이 뜨거운 여름, 낙엽 지는 가을도 경험했지만 아직 겨울은 몰라 겨울을 알아야만 튼튼한 나무로 자랄 수가 있단다. 봄의 아지랑이와 꽃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배우고, 여름의 폭풍우 속에서 힘든 것도 알고, 가을의 열매가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겨울이 주는 차가운 시련이 너희들을 더욱 굳세고 성숙한 나무로 자라게 할 것이야 엄마 아빠는 이런 겨울을 많이 겪어서 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선정된 것이야.’
형 소나무: 우리도 엄마와 아빠처럼 훌륭한 나무가 되기 위해선 추위를 이겨내야 돼. 이길 수 있어. 우리 힘내자!
동생 소나무: 알았어, 형! 나 힘낼 거야. 이까짓 바람과 추위쯤이야 이길 수 있어.
추운 겨울밤, 쌍둥이 형제 소나무는 이렇게 서로 위로하면서 잠이 들었어요.
한편 산 아래 마을엔 똘이네 집 세 식구가 살고 있었어요. 눈 내리는 겨울밤, 아빠는 똘이가 타고 놀 썰매를 만들고 엄마는 똘이의 장갑을 뜨개질 하고 계셨어요. 똘이는 내일 엄마가 떠준 장갑을 끼고 썰매 탈 것을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잠이 들었답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다음날 아침, 마을 이장님이신 똘이 아빠는 마당에 내린 눈을 치우며 말했어요.
똘이 아빠: 똘이야! 어젯밤에 썰매는 다 만들었지만 썰매 지팡이를 만들지 못했어. 오늘 아빠가 마을 일로 바쁘니까 마을 일 보고 와서 만들어 줄게. 함께 산에 가서 썰매 지팡이 할 나무를 베러 가자.
똘이는 당장 개울에 가 썰매를 타고 싶었지만 눈도 많이 오고해서 방에서 책을 읽기로 했어요. 한참 책을 보던 똘이는 ‘아빠가 많이 바쁘시니까, 내가 산에 가서 썰매 지팡이를 베어 와야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똘이는 헛간에 가서 작은 톱을 가지고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죠.
똘이: 우와, 정말 눈이 많이 왔네! 어디 썰매 지팡이 할 만한 나무가 없나?
똘이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어요. 그때 똘이의 눈에 어린 쌍둥이 소나무 형제가 눈에 띈 거예요.
똘이: 야, 저기 썰매 지팡이 할 만한 딱 좋은 소나무가 있네.
똘이는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데도 신나게 어린 쌍둥이 소나무 형제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어요. 아기 토끼랑 다람쥐는 소나무 형제에게 놀러 와 신나게 눈밭에서 뛰놀고 있었지요. 차가운 겨울바람도 잠시 쉬면서 함께 놀고 있는 토끼와 다람쥐 친구와 소나무 형제를 바라보고 웃고 있을 때였어요. 똘이는 아기 소나무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어요.
똘이: 이 소나무로 썰매 지팡이를 하면 참 좋겠다.
똘이는 눈밭에 텁석 주저 앉아 갖고 온 톱을 동생 소나무 밑에 갖다 대 베려고 할 때였어요. 토끼와 다람쥐는 놀라 달아나고, 어린 소나무 형제는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어요. 잠시 쉬고 있던 겨울바람이 이 광경을 보고는 똘이의 손등을 향해 힘껏, 차가운 바람을 날렸어요. 휘잉~~.
똘이: 아이, 손 시려! 갑자기 왜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불지? 조금 전엔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 안 되겠네. 내일 아침에 엄마가 짜준 장갑을 끼고 와서 다시 베어가야지.
똘이는 투덜거리며 산을 내려갔답니다.
똘이가 내려간 후 마을 뒷산은 이제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되었어요. 눈밭에서 신나게 놀던 토끼와 다람쥐도 어린 소나무 형제 옆에서 함께 슬퍼했어요. 차가운 겨울바람은 ‘어쩌지? 나는 이제 다른 데로 떠나가야 돼서 더 이상 도와줄 수가 없는데.’ 하고 머뭇거리면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린 소나무 형제는 내일이면 엄마와 아빠와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게 됨을 알고 너무나 슬퍼서 울고 또 울었어요.
한편, 갑자기 부는 바람에 짜증이 난 똘이는 ‘내일 아빠가 사다주신 두꺼운 잠바를 입고 엄마가 짜주신 장갑을 끼고 다시 와서 베어 가야지!’ 하며 집으로 돌아와 톱을 헛간에 갖다 놓고선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 그만 잠이 들었어요.
깊은 잠에 빠진 똘이는 꿈속에서 무서워 떨고 있는 어린 쌍둥이 소나무 형제를 보게 되었어요.
동생 소나무: 형! 우린 어떡하면 좋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나, 너무 무서워! 엄마 아빠처럼 훌륭한 나무가 되어 엄마 아빠가 계시는 서울로 가고 싶었는데! 내일이면 똘이의 썰매 지팡이가 되어 죽는구나!
동생 소나무의 말에 형 소나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동생 소나무를 꼭 안아주며 함께 울었어요. 그때 옆에 있던 토끼가 다람쥐에게 말했어요.
토끼: 다람쥐야! 똘이가 너무 미워!
다람쥐: 응! 그래 어떡하면 좋아? 우리 기도하자. 소나무 형제를 도와 달라고.
토끼와 다람쥐는 서로 손을 잡고 하나님께 기도를 했어요. “하나님! 어린 소나무 형제가 훌륭한 소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나무로 자라서 엄마 아빠도 만나게 해 주세요.” 차가운 겨울바람도 떠나지 못하고 함께 기도 했답니다.
산 아래 마을에는 볼일을 보러 가셨던 똘이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 똘이를 불렀어요.
똘이 아빠: 똘아! 우리 썰매 지팡이 만들어야지. 함께 뒷산에 갈까?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오늘 밤에는 춥고 많은 눈이 올 것 같아.
아빠의 부르는 소리에 똘이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잠에서 깨어난 똘이는 꿈에 본 어린 소나무 형제의 슬피 우는 모습이 떠올랐답니다.
똘이: 아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똘이는 헛간으로 달려가 아빠가 꼬아둔 가는 새끼줄을 가지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 나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게요.’ 그리고 똘이는 자기도 모르게 뒷산을 향해 힘껏 뛰어 갔어요. 어린 쌍둥이 소나무 형제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똘이가 다시 산에 올라오는 것을 본 소나무 형제와 토끼, 다람쥐, 차가운 바람은 깜짝 놀랐어요. ‘어쩌지? 똘이가 다시 올라오네. 내일 온다고 하더니!’ 이렇게 걱정을 했어요. 소나무 형제 앞에 온 똘이는
똘이: 나 때문에 많이 무서워했지? 미안해. 오늘 밤에는 더 춥고 많은 눈이 온다고 하는데, 내가 얼지 않게 밑둥치를 따뜻하게 새끼줄 감아 줄게.
똘이는 준비해 온 가는 새끼줄로 어린 소나무 형제가 힘든 겨울을 이길 수 있도록 정성껏 감아 주었어요.
똘이: 봄에 다시 와서 감은 새끼줄을 풀어 줄게. 썰매 지팡이는 아빠가 나무가 잘 자라도록 가지치기한 나무 가지로 만들면돼. 좀 폼은 나지 않지만, 괜찮아! 그럼 잘 있어!
똘이는 손을 흔들면서 산을 내려갔어요. 어린 쌍둥이 소나무가 사는 뒷산에는 이제 다시 웃음을 되찾게 되었어요.
토끼와 다람쥐: 야, 똘이 너무 멋있어!
차가운 겨울바람: 모두 잘 있어! 나도 이제 안심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
동생 소나무: 형!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아!
형 소나무: 그래! 우리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름답게 자라자.
어린 쌍둥이 소나무 형제는 똘이가 감아준 따뜻한 새끼줄 덕분에 겨울을 포근하게 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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