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산 속 어디선가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꼬마 노루 뚜띠가 사는 노루 마을 가족들이 하나, 둘. 큰 소나무가 있는 바위 아래로 모여 들고 있는 소리입니다.
“뚜띠야! 일어나 개울에 물을 먹으러 가야지.”
이미 깊은 잠에 빠진 뚜띠를 형 노루 누띠가 흔들어 깨웁니다.
“앙! 귀찮아.”
뚜띠는 일어나기 싫어 형 누띠에게 짜증을 부립니다.
“일어나기 싫어도 개울에 가야 돼.”
형 누띠가 다시 흔들어 깨우자
“형! 나 오늘밤은 정말 안 갈래.”
뚜띠는 개울에 가기가 싫어 계속 심술을 부립니다.
산속 노루 가족들은 밤이지만 물을 마시러 매일 산 아래 개울에 가지 않으면 하루를 목마름 속에서 보내야만 했기 때문에 어린 노루들도 함께 내려가 물을 마셔야만 했습니다.
예전에 산 아래 개울은 행복한 곳이었습니다.
맛있는 풀과 졸졸 흐르는 맑은 물로 산 속 노루 가족들의 베고픔과 목마름을 채워주고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쉴 만한 물가였고 푸른 풀밭이었습니다.
뚜띠가 태어나던 해였습니다. 산과 개울을 갈라놓은 높고 넓은 도로가 생겼습니다. 이 후 산속 노루 가족들은 높고 넓은 도로를 지나가야만 개울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던 자동차를 피해 개울로 가는 것은 산속 노루 가족들에게 너무나 위험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엔 산과 개울을 가로질러 난 높고 넓은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 줄을 몰랐던 산속 노루 가족들이 개울로 가기 위해 도로를 지나가다 쏜살같이 달리던 자동차에 부딪쳐 다치기도 하고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누띠와 뚜띠 형제도 그 때 부모님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 후 산속 노루 가족들은 아무리 목이 말라도 자동차가 가장 적게 지나가는 늦은 밤에만 물을 마시러 개울로 가야만 했습니다. 또 달리기를 잘하는 뚜띠의 형 누띠가 먼저 도로에 올라가 자동차가 지나가지 않는 것을 확인 하면 산속 노루 가족들은 빠르게 올라가 조린 마음으로 긴 도로를 건너 개울에 내려가 물을 마셔야만 했습니다. 노루 가족들은 물을 다 마신 후에도 자동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까지 숨어 있다 다시 산속으로 돌아 와야만 했습니다. 또 힘센 노루들은 자동차에 부딪혀 다친 노루들을 위해 몸에 물을 담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높고 넓은 도로는 노루 가족들에게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뚜띠와 어린 노루 친구들은 높고 넓은 도로를 건너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 한 줄을 몰라 잠이 오는 깊은 밤에만 개울로 내려가 물을 마시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왜! 잠 오는 밤에만 물을 마시러 가야 해.”
뚜띠와 어린 노루 친구들은 물을 마시러 개울에 내려 갈 때 마다 투덜투덜 불평을 하였습니다.
“참 어른들은 이상해.”
“맞아! 낮에 내려가 물을 마시면 되지. 개울엔 맛있는 풀도 많은데…”
뚜띠와 어린 친구들은 개울에 가서 뛰어 놀고 싶은 데 못 가게 하는 어른들을 이해 할 수 가 없었습니다.
뚜띠와 친구들이 소나무 숲에 놀고 있었습니다.
“우리 개울에 내려 가볼까.”
뚜띠가 친구들에게 말 하였습니다.
“안 돼! 낮에 개울에 가면 큰 일 난다고 했어.”
한 친구가 낮에 개울에 가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괜찮아. 어른들은 항상 그래.”
뚜띠는 친구들에게 개울에 가 놀 자고 말했습니다.
“무서워.”
“그래도 가고 싶어.”
“빨리 갔다 오면 아무도 몰라.”
뚜띠와 친구들은 개울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 가고 싶어졌습니다. 또 뚜띠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 산 아래 개울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뚜띠와 친구들은 어른들 몰래 개울로 가기 위해 살금살금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제 높고 넓은 도로만 건너면 개울입니다. 하지만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뚜띠야! 우리 다시 돌아가자.”
“난 다리가 떨려 못 건너 갈 것 같아.”
“자동차는 위험하다고 했어,”
친구들이 머뭇거리며 뚜띠에게 다시 산으로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뚜띠는
“가만히 있어 내가 먼저 도로에 올라가 보고 올게.”
뚜띠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무섭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살그머니 도로에 올라가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괜히 그래. 하나도 겁나지 않구만.”
뚜띠는 친구들에게
“빨리 올라 와서 건너가자.” 라고 외쳤습니다. 친구들은 뚜띠의 말을 듣고 높고 넓은 도로에 올라와 빠르게 도로를 지나 개울로 갔습니다.
“와!”
뚜띠와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너무 좋다.”
뚜띠와 친구들은 너무 신이 나 풀쩍 풀쩍 뛰었습니다.
개울에 새롭게 돋아 난 파란 풀과 맑게 흐르는 물은 뚜띠와 친구들을 반겨 주는 것 같았습니다. 뚜띠와 친구들은
“어른들은 이렇게 좋은 개울에 우리만 왜 못 가게 하지?”
“맞아. 꼭 늦은 밤에만 오고 어른들은 이상해.”
뚜띠는 친구들에게
“우리 무엇을 하고 놀까?”
“먼저 물을 마음껏 마시고 싱싱한 풀을 많이 먹고 놀자.”
“그래 그것이 좋겠다.”
뚜띠와 친구들은 맑은 물을 마음껏 마시고 싱싱한 풀도 마음껏 먹었습니다.
배가 부른 뚜띠와 친구들은 술래잡기를 하면서 신나고 재미있게 뛰어 놀았습니다.
어느 듯 해는 서산으로 넘어 가려고 하얀 구름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우리 그만 놀고 산 속으로 돌아가자.”
“그래 우리가 없는 줄 알고 모두 걱정 할 거야. 빨리 돌아가자.”
뚜띠와 친구들은 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로에 올라 왔습니다. 그런데 도로에는 많은 자동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쌩쌩 달리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 자동차가 많이 지나가고 있네.”
뚜띠와 친구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고 겁에 질려 개울에 다시 내려와
“어떻게 하지. 건너 갈 수가 없잖아.”
“개울에 오래 머물면 위험 하다고 했는데.”
“뚜띠야! 너무 무서워.”
하며 우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한 편 산속 노루 마을에서는 뚜띠와 친구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다 어디 갔지?”
모두들 걱정이 되어 산 속을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도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뚜띠 형 누띠가 아이들이 산 아래 개울로 갔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뚜띠가 늘 낮에 산 아래 개울에 가보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산 아래 개울은 위험 한데.”
노루 가족들은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하며 걱정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 때 산속 노루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노루가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모두 무사 할 거야. 아이들은 지혜가 있어.”
라고 말하며 모두의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달리기 잘 하는 뚜띠 형 누띠가
“할아버지 제가 내려 가 보겠습니다.”
“그래 가 보렴.”
누띠는 쉬지 않고 달려 높고 넒은 도로 앞에 왔습니다. 하지만 누띠도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를 피해 도로를 건너 개울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누띠는 풀 속에 몸을 감추고 어떻게 하면 자동차를 피해 도로를 건너 갈 수가 있을 까 생각하고 있을 때 도로 건너편에 뚜띠가 도로를 건너려 하고 있었습니다.
“안 돼! 지금 건너면 위험해.”
놀란 누띠는 소리 쳤지만 지나가는 자동치 소리에 뚜띠는 형 누띠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뚜띠는 무서워 떨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용기를 내어 도로에 다시 올라 온 것입니다. 뚜띠는 도로가에 서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누띠는 “뚜띠야 건너오면 안 돼.” 하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뚜띠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묻혀 버린 형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도로가에 서 있는 뚜띠를 본 사람이 자동차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뚜띠에게 정답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 사람들은 무섭다고 했는데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 주며 가네.’
뚜띠는 얼른 다시 개울로 내려가 친구들에게
“사람들이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 주며 지나갔어.”
“정말!”
친구들은 함께 소리쳤습니다.
“우리 함께 올라 가보자.”
뚜띠가 말하자 친구들은
“그래도 너무 무서워.”
“아니야. 분명 정답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어.”
“그래 한 번 올라 가보자.”
뚜띠와 친구들은 용기를 내어 도로에 올라 왔습니다.
넓은 도로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바람을 가르는 쌕쌕 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갑니다.
뚜띠와 친구들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그 때 자동차 한 대가 비상 깜빡이를 깜빡 깜빡 켜고 두려워 떨고 서 있는 뚜띠와 친구들 앞 도로가에 섰습니다. 뚜띠와 친구들은 너무 놀라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자동차 창문이 열리고 예쁜 아이가 뚜띠와 친구들을 가르키며
“아빠! 노루, 노루”
하고 말 하였습니다.
커다한 눈에 두려움을 가득 담고 무서워 떨고 서 있는 뚜띠와 친구들에게 아이의 아빠는
“너희들 개울에 물을 마시러 왔다가 도로를 건너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하자 예쁜 아이는
“안녕”
인사를 하였습니다.
아저씨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향하여 손짓으로 도로가에 어린 노루들이 도로를 건너가지 못해 서 있다고 전하자 모든 자동차가 약속이나 한 듯 비상 깜빡이를 켜고 차례차례 도로가에 나란히 섰습니다.
“이제 안심하고 지나가도 돼.”
아저씨가 말하자 뚜띠와 친구들은 떨리는 다리로 조심스럽게 넓은 긴 도로를 건너가기 시작 하였습니다. 뚜띠는 도로를 건너면서 살짝 뒤 돌아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뚜띠와 친구들이 도로를 다 건너가자 ‘빵빵’ 자동차 소리로 잘 가라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도로 옆 풀 속에 숨어 이 모습을 지켜보던 뚜띠의 형 누띠는 도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믿어지지 않네.’
놀라면서 중얼 거렸습니다.
넓은 도로를 다 건너온 뚜띠와 친구들은 누띠를 보자
“형아!”
하고 모두 같이
“엉”
울어 버렸습니다.
“다친데 없어?”
누띠는 동생 노루들을 두루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어린 노루들은 무사히 돌아오기를 하나님께 기도하는 산 속 노루 마을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은 숯검정처럼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기 아이들이 온다.”
누가 소리 쳤습니다.
뚜띠와 친구들이 누띠와 함께 산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산속 노루 가족들은
“하나님! 감사합니다.”
외치며 어린 노루들에게 달려갔습니다.
뚜띠와 친구들은
“우리들이 잘 못 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괜찮아. 어릴 적에는 다 그렇게 말썽피우면서 자라는 거야.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 온 것 만 하여도 너무 감사한 일이야.”
할아버지 노루는 뚜띠와 친구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을 하였습니다.
누띠는 노루 가족들에게 뚜띠와 친구들이 위험한 도로를 건너 안전하게 산속 마을로 올 수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 주었습니다.
산속 노루 가족들은 놀라면서
“정말! 사람들이 자동차를 세우고 아이들이 도로를 건너 올 수 있게 해주었어?”
노루 가족들은 놀라 서로를 쳐다보면서 믿을 수 없다고들 하였습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할아버지 노루는 모두에게
“우리는 사람들이 나쁜 줄만 알았어. 이제 우리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믿고 늦은 밤이 아닌 낮에 물을 먹으러 가자.”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직 해가 많이 남은 늦은 오후 할아버지 노루와 산속 노루 가족들은 개울에 물을 마시러 가기 위해 높고 넓은 도로 앞에 왔지만 무서워 도로에 올라 갈 수가 없었습니다. 도로에는 여전히 많은 자동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꼬마 노루 뚜띠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기억 하면서 도로에 먼저 뛰어 올라갔습니다. 할아버지 노루와 산속 노루 가족들은 숨을 죽이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도로가에 서 있는 뚜띠를 보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상 깜빡이를 깜빡거리며 차를 도로가에 세워 뚜띠가 도로를 건너가기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손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산속 노루 가족은 일제히 도로에 올라왔습니다. 사람들도 많은 산 속 노루 가족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산속 노루 가족들은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을 보며 도로를 건너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산속 노루 가족들이 도로를 다 건너가기까지 기다려 주며 다정하게 인사도 해 주었습니다.
산속 노루 가족들은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물을 마시러 개울에 올 때 마다 높고 넓은 도로는 언제나 무섭고 두려운 곳이었습니다. 또 사람들에 대한 무서움과 미움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로를 건너가는 일이 무섭고 두려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 노루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도로를 건너는 시간을 정해 개울로 가자고 했습니다. 산속 노루 가족은 시간을 정해 개울에 물을 마시러 갔습니다. 이제는 도로를 건너다 다친 노루도 함께 개울로 가 물도 마시고 맛있는 풀도 먹게 되었습니다.
산속 노루가족들이 높고 넓은 도로를 지나가는 이야기는 소문이 났습니다. 도로 위에서 사람들과 산속 노루 가족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개울을 찾아 왔습니다.

답글 남기기